익명
재회 후기
1달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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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재회×)하산하며 적어보는 그냥 주저리 글
주변 반응들을 보면서, 정말 사람마다 느끼는 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.
환승이 아니더라도, 난 연애가 끝나자마자 바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내 기준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. 그걸 쉽게 받아들이는 주변 반응이 처음엔 참 낯설고 이해가 안됐다.

근데 여러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보고, 유튜브 같은 것도 보다 보니까 그냥 가치관의 차이라는 걸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.

그래도 나는 여전히,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
이별 후엔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여백은 서로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한다.
특히 누군가를 먼저 떠난 쪽, 즉 찬 사람이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. 차인 사람은 마음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, 혼란과 상실감을 겪게 되니까.

그런 상황에서 전 연인이 곧바로 새로운 사람과 함께하는 모습을 마주한다면,그동안의 모든 기억이 한순간에 부정되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.
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됐던 사람이었나?
우린 진짜 아무 의미 없었던 걸까?
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르면서 자존감도 흔들리고,
이별의 상처가 몇 배로 깊어지게 되는 것 같다.

물론 어떤 사람들은
헤어진 사이인데 이제는 각자 자유 아니야?
이미 끝난 관계인데 왜 상대까지 배려해야 해?
라고 말할 수도 있다.

맞는 말이다.
하지만 그게 사랑했던 사람을 향한 마지막 예의이고,
그 관계를 진심으로 존중했던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지켜야 할 ‘배려’라고 생각한다. 너무 큰 다툼 없이 끝났던 관계라면 더더욱.
정말 사랑했던 적이 있었다면, 그 끝도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감싸야 하지 않을까.

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이제는 이해한다.
하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선, 쉽게 공감하기 어렵고,
내가 사랑을 마무리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껴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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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들을 정리하면서, 나 역시 이제 이 마음을 놓아줄 때가 된 것 같았어.

나 그 사람이 벌써 새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을 때 느꼈던 감정들, 생각들, 그리고 ‘이랬으면 좋았을 텐데’ 하는 아쉬움까지 전부 그 사람한테 솔직하게 털어놨어.
어떻게 되든, 남들이 뭐라 하든, 그냥 나답게 마무리하고 싶었거든.

그 사람은 이미 나를 정리했고,
이제 와서 내가 미련을 갖고 기다리는 건 오히려 나 자신한테 너무 못할 짓 같아서, 나도 이쯤에서 정리하려고 해.
다 꺼내놓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.

그래서 나, 이제 하산해보려고 해 :)
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아, 진심으로 바랄게.
너희가 이 아픔을 하루빨리 이겨내고,
이 모든 이별의 시간이 결국 너희를 더 멋지게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.

재회를 하든, 새로운 길을 가든,
지금 이 경험들이 언젠가 꼭 너희를 더 단단하게 해줄 거야.
지금은 많이 아프겠지만, 분명히 웃을 날이 올 거니까.
끝까지 자신을 아껴줘. 모두 힘내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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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1달전
    그 사람 언젠가 후회할 날 올거야
    밥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데
    관계라고 다를까.
    운이 좋아 잘맞아서 오래 만날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만나서 얼마못가 헤어지는 사람 많아
    뭐가됐든 그사람은 이제 불행뿐이다 생각하고 마음 위로 받자
   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길 바래!
  2. 1달전
    고마워ㅎ 그래도 완전 끝내니까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궁.. 난 더 좋은사람 만날꺼야!ㅋㅋ
  3. 1달전
     비밀댓글 입니다.
  4. 1달전
     비밀댓글 입니다.
  5. 1달전
   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길 바랄게
  6. 1달전
    고마워ㅎㅎ